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스마트폰 잠금 2분 안에 풀린다고?

** 업데이트 **

제작 피디님과 추가적으로 확인한 결과, 제가 아래에서 "화면 잠금 상태에서 쉽게 할 수 없다"고 했던 그 루팅을 학생들이 실제 했다고 합니다. 아래 피디님의 댓글에도 있지만 사전에 USB디버깅 활성화나 루팅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을 잠그고 학생들에게 전달했고, 학생들이 이를 풀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시 제게 보여준 영상은 이미 루팅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패스워드 파일을 지우는 것 뿐이었기 때문에 제가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루팅에 성공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루팅은 대개 특정 제조사의 특정 버전에 존재하는 알려지지 않은 버그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모든 안드로이드폰에 일괄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당 허점이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에서는 이미 개선되어 있을 수도 있으나, 구체적인 정보가 파악되는 대로 문제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 추가 업데이트 **

자체적으로 분석하여 파악한 문제점에 대해 수정 조치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

오늘 KBS 추적60분에서 스마트폰 보안에 대해 다뤘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문제제기는 잘 했다고 본다. 그런데 방송 중간에 화면 잠금을 설정하고 고등학생들을 불러다 2분 안에 풀 수 있다고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나도 잠깐 인터뷰에 나왔는데, 약 1시간에 걸친 인터뷰 중 10초만 잘라서 나간거라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볼까 한다. 단 아래 내용은 LG전자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한, 내 개인적인 견해임을 먼저 밝혀두고자 한다.

1. 방송에 나오지 않은 장면

방송 중 화면 잠금을 푸는 장면에서, 원래 영상에는 구체적으로 adb를 이용해서 잠금을 푸는 컴퓨터 화면이 등장했었다. 여기서 잠깐 adb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위한 도구다.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고 리눅스 쉘도 띄울 수 있다. 쉽게 말해 윈도우로 치면 도스 커맨드창 같은 그런 역할을 하는 거다. 그런데 학생들이 사용하는 adb shell의 프롬프트가 #로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해당 단말은 이미 루팅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방송에서 "어떻게 풀었는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학생은 "비밀번호가 설정된 파일을 지웠다."고 설명한다. 실제 adb 동작하는 화면을 안 봤더라도 여기서 쉽게 유추할 수 있는데, 이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있는 파일은 루트 (관리자) 권한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즉 일반 사용자 권한으로는 해당 파일을 삭제할 수 없고, 당연히 잠금도 풀 수 없다.

2. 정말 그렇게 쉽게 단말의 잠금을 풀 수 있나?

모든 안드로이드 폰이 방송에 나온 것처럼 "고등학생들도 아무나 인터넷에서 툴을 다운받아서 2분안에"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 adb 연결이 불가능하다 - 방송에서 내 인터뷰가 나간 장면인데, 긴 인터뷰 중 그 부분만 전후 설명없이 나가서, 뜬금없이 USB디버깅이 어쩌고 하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인가 했을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소비자가 쓰고 있는 폰은 USB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해도, adb 실행을 시킬 수 없다. 설정 메뉴에서 "USB디버깅 허용"을 미리 활성화해야 adb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이걸 사전에 미리 활성화해 놓지 않았다면, 화면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는 활성화할 수 없다. 더구나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설령 해당 메뉴가 활성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에서 adb 접속 시도시 폰에서 허용 여부를 묻는 확인 팝업이 뜨게 되어 있다. 화면 잠김 상태에서는 이를 허용하게 할 수 없다.
  • 루팅되지 않은 단말은 잠금화면 초기화가 되지 않는다 - 방송에서는 패턴락이나 PIN, 패스워드를 저장하고 있는 파일을 지워버려서 초기화시킨 것인데, 루팅되지 않은 단말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설령 컴퓨터와 adb 연결이 되었다 하더라도, 파일 삭제를 시도해도 파일이 삭제되지 않는다. 권한이 없다는 에러 메시지만 뜬다.
  • 루팅을 쉽게 할 수 없다 - 앞에서 말한대로 방송에 사용된 폰은 사전에 루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 루팅이 안되어 있던 단말을 누군가 루팅할 수는 없을까? 루팅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터넷에 알려진 대부분의 루팅 방법은 사용자가 자기 폰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를 가정한 것이다. 화면이 잠겨 있으면 이중 대부분이 무용지물이다. 물론 100%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원래 보안이란게 그렇다. 하지만, 절대 그렇게 쉽게 루팅이 되지는 않는다.

3. 안드로이드 폰을 안전하게 쓰려면?

솔직히 안드로이드 폰은 약간은 기술적인 지식이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많은 부분을 사용자의 선택에 맡겨 두고 있다. 아이폰에서는 탈옥이라는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임의의 앱 설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은 앱 설치)가 간단한 메뉴 설정 하나로 허용되는 것만 봐도, 컨셉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폰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략 아래에 나와 있는 사항들만 잘 지켜도 큰 위험 없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화면 잠금 반드시 설정할 것 : 이건 안드로이드와도 관계 없고, 어떤 스마트폰이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잠겨 있지 않은 폰을 잠시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게 허용하는 건 내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내맡기는 격이다.
  • 루팅하지 말 것. 최소한 루팅 상태로 두지 말 것 : 이런 저런 목적에 의해서 루팅을 할 수도 있다. "내 소유 기기의 관리자 권한을 내가 갖겠다는 데 왜 막냐"고 하면 할 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루팅을 하려면 기술적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에 따른 위험도 인지해야 한다. 루팅한 단말은 제조사에서 무상수리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만약 루팅을 했다면, 원하던 루팅의 목적을 달성했으면 다시 일반 사용자 모드로 돌려놓기 바란다. 항상 루팅 상태로 쓰는 것은 폰을 위험에 상시 노출시키는 것이다.
  • USB디버깅 허용하지 말 것 : 이건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면 허용 안되어 있는 것이다. 이걸 허용하려면 설정 메뉴의 개발자 옵션에 들어가야 하는데, 최근 안드로이드 버전은 이 개발자 옵션 자체가 숨겨져 있다. 개발자라서 필요하다면, 어떤 이유로든 허용했다면, 평소에는 다시 비활성화해 놓고 다니기 바란다.
  • 알 수 없는 출처 앱 설치 허용하지 말 것 : 앞의 항목들이 물리적으로 폰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비한 거라면, 이 항목은 내가 갖고 있어도 해킹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옵션은 사실 완전히 없애버렸으면 좋겠는데, 황당하게도 은행 앱이나 회사에서 보안을 필요로 하는 앱을 설치하려면 이 설정을 허용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한 앱에 한해, 출처를 100% 확신하는 경우에만 허용하자. 그리고 원하는 앱 설치가 끝났으면 반드시 다시 설정 메뉴에 들어가 이 설정을 해제해야 한다. 이게 허용으로 되어 있으면, 이상한 URL 클릭하면 바로 설치가 되어 버린다. 그 순간 이미 게임 끝난 거다.
  • 이상한 URL 클릭하지 말 것 : 해킹 앱을 설치하는 URL은 물론이고, 브라우저의 버그를 이용하는 해킹 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사용자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피싱 사이트로 유도할 수도 있다. 아무튼 잘 아는 지인이 대화를 주고받다가 보내주는 URL이 아닌 이상, 뜬금없이 URL만 달랑 오는 경우 십중팔구 그 지인도 해킹을 당해서 URL을 뿌리고 있는 거라고 보는 게 맞다. 클릭하기 전에 먼저 지인에게 무슨 내용인지 확인하는 건 필수다.
  • SW는 최신으로 유지할 것 : 구글에서는 보안 관련 위험성이 발견되면 지속적으로 패치를 내놓고 있다. 제조사에서는 이러한 구글의 패치와 자체적으로 발견한 문제점 패치들을 SW 업데이트에 포함시켜서 릴리즈한다. 비록 SW업데이트 설명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매 SW 업데이트는 이러한 다양한 보안 패치들을 포함하고 있으니 꼬박꼬박 최신 SW로 업데이트하도록 하자.
  • 중요한 정보 폰에 저장하지 말 것 : 주민등록증, 보안카드 등을 촬영해 저장한다거나, 공인인증서를 폰에 저장한다거나, 이런 일들은 가급적 안하는 게 좋다. 위에서 이야기한 걸 다 지키고 만반의 대비를 하더라도 만에 하나 그런 것들이 다 뚫려버렸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추가 보안 장치들
    • 킬 스위치 - 분실/도난시 원격으로 폰을 잠궈버려 USB연결은 물론 리커버리 모드나 강제 공장초기화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잠기게 되면 잠김을 푸는 것 뿐 아니라, 중고로 파는 것도 불가능하다. G3를 비롯해 최신 폰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확인해 볼 것. 단, 이것만 믿고 화면잠금도 설정 안한다거나 하면 곤란하다. 잃어버린 후 잠그기 전까지는 무방비 상태이고, 이 상황에서 폰을 끄거나 통신이 안되는 지하실로 가져가거나 한다면 원격으로 잠그는 명령이 폰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기지 않기 때문이다.
    • USIM 비밀번호(PIN) - 분실/도난시 폰은 안전하게 잘 잠겨 있더라도, USIM을 빼서 다른 기기에 옮겨 꽂으면 번호는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통신사에 분실정지를 시키기 전까지는 소액결재나 정보이용료, 본인인증에 따른 명의 도용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시 분실정지를 시키면 되지만 분실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USIM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된다. USIM 비밀번호는 네자리로 아주 강한 비밀번호는 아니지만, 세번 연속 실패하면 더이상 시도할 수 없게 잠겨버리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 데이터 암호화 - 요즘 안드로이드 폰은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암호화된 데이터는 본인이 설정한 비밀번호로 풀지 않는 이상 해독해 낼 수 없다. 따라서 폰을 잃어버리더라도,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으로부터는 안전하다. 다만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데이터를 살릴 방법은 없으니 (서비스센터에서도 불가) 주의하자.
혹시 잘못된 점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코멘트 남겨 주시길...

2013년 12월 5일 목요일

국립국어원의 일방적 대화 단절

오랜 기간에 걸친 국립국어원과의 문답이 끝이 났습니다. 국립국어원의 결론은, "규정이고 뭐고 국립국어원 맘대로 '새너제이'라고 쓰는 게 맞고, 더이상 할 말 없다"입니다. 아래 문답을 모아놨으니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직접 보시고 싶은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San Jose 표기법 관련 국립국어원과의 문답 모음


간단하게 제 주장을 아래에 다시 요약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누가 맞고 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글을 읽는 분들이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새너제이' 표기는 외래어 표기 규정을 위배하고 있다. 

San Jose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지명이므로, 해당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라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어야 한다.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

제10항복합어(3)

1.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

  • cuplike[kʌplaik] 컵라이크
  • bookend[bukend] 북엔드
  • headlight[hedlait] 헤드라이트
  • touchwood[tʌtʃwud] 터치우드
  • sit-in[sitin] 싯인
  • bookmaker[bukmeikə] 북메이커
  • flashgun[flæʃgʌn] 플래시건
  • topknot[tɔpnɔt] 톱놋

2. 원어에서 띄어 쓴 말은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

  • Los Alamos[lɔs æləmous] 로스 앨러모스/로스앨러모스
  • top class[tɔpklæs] 톱 클래스/톱클래스

San은 '샌', Jose은 '호세' 혹은 '호제이'로 적을 수 있으므로, San Jose는 '샌호세' 혹은 '샌호제이'로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 10항의 2를 따를 방법이 없다. '새너제이'를 원어에서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 너제이'? '새너 제이'? 따라서 위 표기 원칙을 위배하고 San Jose를 붙여서 연음 처리한 '새너제이'라는 표기는 틀렸다. 새너제이라는 발음이 맞다면, 맞는 표기법은 '새너제이'가 아니라 '샌어제이'다. 물론 Jose를 '어제이'라고 적는다는 가정하에.

2. San Jose의 발음은 '새너제이'가 아니다.

원어민이 water를 '워러'에 가깝게 발음한다고 해서 한국어로 '워러'로 적지는 않는다. 한글 표기법은 흘려서 내는 발음이 아니라, 또박또박 읽을 때의 원래 발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귀에 들리는 발음이 아니라 발음기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롱맨 발음 사전에 [sӕnəzéi]로 되어 있고, 그걸 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온라인 롱맨 사전에는 /ˌsæn hoʊˈzeɪ/로 되어 있고, 위키피디아에도 /ˌsæn hoʊˈzeɪ/로 발음을 표시하고 있다. 둘 중 어느 발음이 맞는 발음인지 논란이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전을 조사하여 주 발음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리고 [sӕnəzéi]는 /ˌsæn hoʊˈzeɪ/를 흘려서 발음한 것이라 설명이 가능하므로, /ˌsæn hoʊˈzeɪ/를 기준 발음으로 삼는 것이 논리적이기도 하다.

사전을 떠나 실제 발음은 구글에서 "how to pronounce san jose?"로 검색해 보면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에 가깝게 발음하고 있고, "새너제이"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제가 더이상 국립국어원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피해 본 일이 없으니 행정소송을 할 수도 없고... 똥고집을 부리겠다는데 말릴 방법이 없네요. 아마 저를 귀찮은 똥파리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저는 일단 여기까지 하렵니다. 뭐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구요. 좀 보기 싫을 뿐, 새너제이라고 쓴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죠. ^^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 의도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쉽지만, 뭐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습니까?

2013년 11월 6일 수요일

체계적인 미루기 - 미루기쟁이가 많은 성과를 내는 방법

오늘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나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라 전문을 번역해 볼까 한다. 저자가 이 내용으로 책도 냈고, 찾아보니 이미 한국에 번역서도 나와 있다.

원문은 여기: http://www.structuredprocrastination.com/

Structured Procrastination
체계적인 미루기

``. . . anyone can do any amount of work, provided it isn't the work he is supposed to be doing at that moment." -- Robert Benchley, in Chips off the Old Benchley, 1949
"누구나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그게 그 순간에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I have been intending to write this essay for months. Why am I finally doing it? Because I finally found some uncommitted time? Wrong. I have papers to grade, textbook orders to fill out, an NSF proposal to referee, dissertation drafts to read. I am working on this essay as a way of not doing all of those things. This is the essence of what I call structured procrastination, an amazing strategy I have discovered that converts procrastinators into effective human beings, respected and admired for all that they can accomplish and the good use they make of time. All procrastinators put off things they have to do. Structured procrastination is the art of making this bad trait work for you. The key idea is that procrastinating does not mean doing absolutely nothing. Procrastinators seldom do absolutely nothing; they do marginally useful things, like gardening or sharpening pencils or making a diagram of how they will reorganize their files when they get around to it. Why does the procrastinator do these things? Because they are a way of not doing something more important. If all the procrastinator had left to do was to sharpen some pencils, no force on earth could get him do it. However, the procrastinator can be motivated to do difficult, timely and important tasks, as long as these tasks are a way of not doing something more important.
나는 몇달간 이 에세이를 쓰려고 했었다. 어떻게 지금 마침내 이걸 쓰고 있을까? 마침내 한가한 시간을 찾았기 때문에? 틀렸다. 점수를 매겨야 하는 과제들, 주문해야 하는 교과서 목록, 심사해야 하는 NSF 제안서, 읽어야 하는 학위논문 초안들이 쌓여 있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이런 모든 일들을 하지 않기 위해서 쓰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체계적인 미루기"라고 부르는,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많은 일을 성취하며 오히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쓴다고 존경과 찬사를 받는 사람으로 바꿔놓는 놀라운 전략의 핵심이다. 모든 미루기쟁이들은 해야만 하는 일들을 뒤로 미룬다. 체계적인 미루기는 이러한 나쁜 버릇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기술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미룬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그들은 어느정도 쓸모있는 일들, 예를 들어 정원을 손질한다든지 연필을 깎는 일, 혹은 파일을 재정렬하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그린다든지 하는 일들을 한다. 이들이 왜 이런 일을 할까? 그건 그 일들이 더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루기쟁이들이 해야 할 일이 순전히 연필을 깎는 일밖에 없다면, 이들은 절대로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루기쟁이들은 더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렵고, 급하고 중요한 일들도 하도록 동기부여될 수 있다.

Structured procrastination means shaping the structure of the tasks one has to do in a way that exploits this fact. The list of tasks one has in mind will be ordered by importance. Tasks that seem most urgent and important are on top. But there are also worthwhile tasks to perform lower down on the list. Doing these tasks becomes a way of not doing the things higher up on the list. With this sort of appropriate task structure, the procrastinator becomes a useful citizen. Indeed, the procrastinator can even acquire, as I have, a reputation for getting a lot done.
체계적인 미루기는 이러한 사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할 일들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할 일의 목록은 머리 속에서 중요도에 따라 정렬될 것이다. 가장 급하고 중요해 보이는 것이 맨 위에 위치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가치있는 일들도 목록 중간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 것은 목록의 더 위에 있는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이런 식으로 적절히 할 일을 체계화한다면, 미루기쟁이들도 가치있는 시민이 될 수 있다. 사실, 미루기쟁이도 내가 그런 것처럼, 오히려 많은 일을 해낸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다.

The most perfect situation for structured procrastination that I ever had was when my wife and I served as Resident Fellows in Soto House, a Stanford dormitory. In the evening, faced with papers to grade, lectures to prepare, committee work to be done, I would leave our cottage next to the dorm and go over to the lounge and play ping-pong with the residents, or talk over things with them in their rooms, or just sit there and read the paper. I got a reputation for being a terrific Resident Fellow, and one of the rare profs on campus who spent time with undergraduates and got to know them. What a set up: play ping pong as a way of not doing more important things, and get a reputation as Mr. Chips.
내가 경험했던 가장 이상적인, 체계적인 미루기의 상황은 아내와 내가 스탠퍼드 기숙사의 사감교수로 일했을 때였다. 과제 채점, 강의 준비, 위원회 활동 등이 밀려 있는 저녁에, 나는 집을 나와 라운지로 가서 학생들과 탁구를 치거나 그들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그냥 거기 앉아서 뭘 읽곤 했다. 덕분에 나는 끝내주는 사감 교수, 학부생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들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교수라는 평판을 얻었다. 멋진 설정 아닌가.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탁구를 치고, 미스터 칩스 (Mr. Chips - "Goodbye, Mr. Chips"라는 단편소설의 주인공으로 학생들로부터 사랑받는 교사) 라는 평판을 얻다니 말이다.

Procrastinators often follow exactly the wrong tack. They try to minimize their commitments, assuming that if they have only a few things to do, they will quit procrastinating and get them done. But this goes contrary to the basic nature of the procrastinator and destroys his most important source of motivation. The few tasks on his list will be by definition the most important, and the only way to avoid doing them will be to do nothing. This is a way to become a couch potato, not an effective human being.
미루기쟁이들은 종종 완전히 틀린 길을 따라간다. 해야 할 일이 적다면 그들의 미루는 버릇을 끝내고 일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가급적 해야 할 일을 최소화하려 든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들의 미루는 본성과 반대로 가게 되어,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의 근원을 잃게 된다. 할 일 목록에 가장 중요한 일들만 남게 되면, 그것들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소파에서만 뒹굴거리는, 비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길이다.

At this point you may be asking, "How about the important tasks at the top of the list, that one never does?" Admittedly, there is a potential problem here.
이 시점에서 아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럼 목록의 가장 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 사실 여기에는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

The trick is to pick the right sorts of projects for the top of the list. The ideal sorts of things have two characteristics, First, they seem to have clear deadlines (but really don't). Second, they seem awfully important (but really aren't). Luckily, life abounds with such tasks. In universities the vast majority of tasks fall into this category, and I'm sure the same is true for most other large institutions. Take for example the item right at the top of my list right now. This is finishing an essay for a volume in the philosophy of language. It was supposed to be done eleven months ago. I have accomplished an enormous number of important things as a way of not working on it. A couple of months ago, bothered by guilt, I wrote a letter to the editor saying how sorry I was to be so late and expressing my good intentions to get to work. Writing the letter was, of course, a way of not working on the article. It turned out that I really wasn't much further behind schedule than anyone else. And how important is this article anyway? Not so important that at some point something that seems more important won't come along. Then I'll get to work on it.
해결책은 올바른 종류의 일들을 목록의 첫머리에 놓는 것이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일은 두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그것들은 명확한 데드라인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둘째, 아주아주 중요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행히도, 인생은 그런 일들로 가득하다. 대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업무가 이 범주에 해당되며, 아마도 대부분의 다른 기관들도 동일하리라 믿는다. 지금 내 목록의 맨 위에 있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언어철학 분야의 출판물을 위한 에세이를 끝내는 것이다. 이것은 11개월 전에 끝냈어야 하는 일이다. 나는 이것을 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어머어마하게 많은 중요한 일들을 해냈다. 두어달 전에 나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편집자에게 내가 마감을 지키지 못해 얼마나 미안해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적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쓴 것 역시, 물론 에세이를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알고보니 사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다들 마감을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에세이가 사실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어느 시점엔 더 중요한 일이 생길 테고, 그 때가 되면 난 이걸 쓰기 시작할 것이다.

Another example is book order forms. I write this in June. In October, I will teach a class on Epistemology. The book order forms are already overdue at the book store. It is easy to take this as an important task with a pressing deadline (for you non-procrastinators, I will observe that deadlines really start to press a week or two after they pass.) I get almost daily reminders from the department secretary, students sometimes ask me what we will be reading, and the unfilled order form sits right in the middle of my desk, right under the wrapping from the sandwich I ate last Wednesday. This task is near the top of my list; it bothers me, and motivates me to do other useful but superficially less important things. But in fact, the book store is plenty busy with forms already filed by non-procrastinators. I can get mine in mid-Summer and things will be fine. I just need to order popular well-known books from efficient publishers. I will accept some other, apparently more important, task sometime between now and, say, August 1st. Then my psyche will feel comfortable about filling out the order forms as a way of not doing this new task.
또다른 예는 책 주문서다. 지금은 6월이고, 나는 10월에 인식론에 대한 수업을 할 예정이다. 이 책 주문서는 이미 서점의 시한을 넘겼다. 데드라인에 대한 압박 때문에, 이 일은 쉽게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미루기쟁이가 아닌 분들을 위해, 나는 진짜 데드라인의 압박은 시한을 한두 주 넘긴 이후에 시작된다고 본다.) 나는 거의 매일 학과 비서로부터 독촉을 받고 있고, 학생들은 종종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물어보고, 빈 주문서는 내 책상 한 가운데, 정확히 어제 내가 먹은 샌드위치 포장지 아래에 놓여 있다. 이 일은 내 할 일 목록 거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고, 나를 불편하게 하며, 이걸 피하기 위해 다른 유용하고 겉으로 덜 중요해 보이는 다른 일을 하도록 나를 동기부여시킨다. 하지만 사실상, 서점은 이미 미루기쟁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낸 주문서로 충분히 바쁘다. 나는 한여름에 책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문제 없을 것이다. 단지 효율적인 출판사에서 나온 인기있는 유명한 책을 주문하면 된다. 나는 아마 지금부터 8월 1일 정도 사이에, 명백히 더 중요한 다른 어떤 일들을 하기로 약속할 것이다. 그때쯤엔 아마 내 심리가, 이 새로운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주문서를 쓰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The observant reader may feel at this point that structured procrastination requires a certain amount of self-deception, since one is in effect constantly perpetrating a pyramid scheme on oneself. Exactly. One needs to be able to recognize and commit oneself to tasks with inflated importance and unreal deadlines, while making oneself feel that they are important and urgent. This is not a problem, because virtually all procrastinators have excellent self-deceptive skills also. And what could be more noble than using one character flaw to offset the bad effects of another?
주의 깊은 독자라면 이 시점에서 아마 체계적인 미루기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속여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사실상 자기 스스로에 대해 계속해서 피라미드 사기를 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하다. 어떤 일들에 대해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정말 중요하고 급하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면서, 또한 과장된 중요도와 사실이 아닌 데드라인을 감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문제될 게 없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미루기쟁이들은 자기를 속이는 데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성격상 결함을 다른 결함의 나쁜 결과를 상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보다 더 고귀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글의 저자와 같이 명확히 짚어내지는 못했지만, 나도 사실상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보면, 마감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울면서(?) 했던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들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많은 일들을 했던 것 같다. 사실상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체가, 더 중요한 일들, 예를 들어 테크니들에 글 쓰는 걸 피하기 위해서이다. 정말 중요한 일부터 차례대로 순서대로 하라는 일반적인 성공방정식(?)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정말 체계적으로 잘 활용할 경우 나와 같은 미루기쟁이들에게 정말 유용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잘 써먹어야겠다.

2013년 9월 24일 화요일

California Dreaming 가사와 해석

일하며 흘러간 팝송을 듣는데 California Dreaming이란 노래가 나왔다. 마침 오늘 날씨도 캘리포니아가 생각나는 날이라 기분좋게 듣고 있는데 가사가 잘 이해가 안되는 거다. 사실 가사를 주의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교회가 어쩌고 기도가 어쩌고 하는데 그런 가사가 있는 줄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아마 어릴 때 내 듣기 실력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가사를 찾아봤다.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Stopped in to a church I passed along the way
Well I got down on my knees and I pretend to pray
You know the preacher liked the cold
He knows I'm gonna stay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If I didn't tell her I could leave today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추운 날 따뜻한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는 내용인 줄은 대충 알겠는데 군데군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거다. 특히 중간에 "You know the preacher liked the cold. He knows I'm gonna stay" 이 부분과 마지막에 "If I didn't tell her I could leave today" 부분이 문맥상도 그렇고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목사님이 왜 추위를 좋아하는 건가? 그가 내가 머무를 거라는 걸 안다는 건 또 뭔가? 그리고 그녀는 누구고 어딜 떠난다는 건가?

구글과 네이버에서 한글 해석을 검색해 봤지만 대부분 그냥 가사 그대로 번역을 해 놓았을 뿐 (오역을 포함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 고민해 가며 번역하거나 해설한 글은 찾기 어려웠다.

다시 구글에서 영어로 가사를 풀어 해석해 놓은 곳이 있는지 찾아본 결과, 여기에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찾았기에 아래에 옮겨 본다. 그리고 내 해석도 덧붙인다.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잎들은 모두 갈색이고 하늘은 회색이네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나는 겨울날에 걸어가는 중이지
>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                 LA에 있었더라면 안전하고 따뜻했을텐데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I was out walking on a gloomy winter day]
나는 우울한 겨울날 밖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I realized if I was in sunny LA I'd be warm and comfortable] 
만약 화창한 LA에 있었더라면 따뜻하고 편안했을 거란 걸 깨달았다.

>Stopped in to a church I passed along the way  지나는 길에 있는 교회에 들렸지
>Well I got down on my knees and I pretend to pray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 하지
>You know the preacher liked the cold                목사님은 그 추운 날씨를 좋아했지
>He knows I'm gonna stay                                 내가 머무를 거라는 걸 알거든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To get out of the cold, I stopped in a church and knelt pretended to pray.]
추위를 피하려고, 나는 한 교회로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 했다.
[The pastor is pleased that the cold weather is draws people into his church.] 
목사님은 추운 날씨가 사람들을 그의 교회로 들어오게 만들기 때문에 기뻤다.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잎들은 모두 갈색이고 하늘은 회색이네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나는 겨울날에 걸어가는 중이지
>If I didn't tell her I could leave today                  그녀에게 말하지만 않는다면 오늘이라도 떠날 수 있을텐데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이런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I was out walking on a gloomy winter day thinking of sunny LA]
나는 우울한 겨울날 화창한 LA를 생각하며 밖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I knew I could just pull up stakes and leave for LA today, but if I told my S.O. she wouldn't let me go]
나는 오늘이라도 짐을 꾸려서 LA로 떠날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 반려자(S.O. = Significant Other)에게 말한다면 그녀는 나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But I kept thinking of sunny LA on that gloomy winter day]
하지만 나는 우울한 겨울날 계속해서 화창한 LA를 생각했다.

갑자기 교회에 왜 들어가서 기도하는 척 하는지, 목사님이 추위를 왜 좋아하는지는 명확하게 이해가 됐지만, 여전히 좀 애매한 부분은 "If I didn't tell her I could leave today"의 해석이다. 일단, 과거형을 썼으므로 과거의 사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가정법에서 과거형은 과거 사실의 반대를 가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사실의 반대를 가정하는 용법이다. 과거 사실의 반대, 즉 "만약 내가 그녀에게 말하지만 않았더라면"이란 뜻이라면 과거 분사를 써서 "If I hadn't told her"라고 해야 한다. 반대로 "만약 내가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다면"이라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가정하는 것이므로 현재형으로 "If I don't tell her"라고 해야 한다. 그럼 "If I didn't tell her"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첫번째 가능성은 노래 가사에서 문법은 무시하고, 그냥 과거 사실을 반대로 가정하는 표현을 그렇게 썼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그녀에게 이미 말을 했고, 그것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녀에게 사랑의 고백이나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나 아무튼 무엇인가 중요한 책임질 말을 했고, 그것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LA에 가겠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못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두번째 가능성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이므로 과거형을 썼다고 보는 것이다. 즉 내가 그녀에게 말할 것이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만에 하나 말하지만 않는다면, 그녀 몰래 떠날 수도 있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는 떠나고 싶다는 사실, 떠난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두번째 해석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차피 노래 가사이고 일종의 시이니 어떤 해석이 꼭 맞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지도. 아래는 영화 중경삼림에 삽입된 California Dreaming.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San Jose 표기법 관련 국립국어원과의 문답 모음

지난달 말부터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http://www.korean.go.kr/09_new/minwon/qna_view.jsp)를 통해 국립국어원과 주고받은 문답을 아래 모았습니다. 각 문답에 대해 URL을 바로 얻을 수 없게 되어 있어 링크를 걸지 못했습니다. 혹시 방법을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단어로 된 영어 지명 표기등록일2013.08.28.
작성자박정훈조회수28
San Jose, Los Angeles와 같이 두 단어로 된 영어 지명 표기는 각 단어로 구분하여 적되 붙여서 적을 수도 있는 것이 원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글 표기는 대개 붙여서 한단어로 표준이 정해진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San Jose의 경우는 아예 단어 사이를 연음을 시켜 '새너제이'라고 표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와 같이 각 단어를 구분하여 표기하지 않고 두 단어 사이에 연음을 시킨 표기가 '새너제이' 외에 또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런 경우가 몇 건이나 되는지, 건수가 많지 않다면 전체 사례를 알려주시고, 건수가 너무 많다면 전체 건수와 대표적인 예를 대여섯개 정도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각 경우에 왜 그렇게 연음하여 표기하였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덧붙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8.29.
안녕하십니까?
영어의 한글 표기는 원어의 발음을 고려하여 정해집니다. 문의하신 ‘San Jose’를 ‘새너제이’와 같이 적은 것도 “롱맨영어사전”에 올라 있는 미국 대표 발음에 따른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 복합어(합성어)의 표기에 대하여 보기와 같은 규정만 두고 있습니다.
<보기>
제10항 복합어
1.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
cuplike[k?plaik] 컵라이크
bookend[bukend] 북엔드
headlight[hedlait] 헤드라이트
touchwood[t?t?wud] 터치우드
sit-in[sitin] 싯인
bookmaker[bukmeik?] 북메이커
flashgun[flæ?g?n] 플래시건
topknot[t?pn?t] 톱놋

두 단어로 된 영어 지명 표기등록일2013.08.30.
작성자박정훈조회수23
지난 질문에 빠른 답변 감사합니다만 제 질문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San Jose를 왜 새너제이라고 표기하는지 물은 것이 아닙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미 여러번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다시 묻습니다. 아래 물음에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가지 질문을 더 추가했습니다.

1. San Jose를 롱맨 영어사전의 발음대로 "새너제이"라고 표기한다면, 단어별로 보자면 아마 San => "샌", Jose => "어제이" 이렇게 나누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샌어제이"라고 적지 않고 "새너제이"라고 'ㄴ'을 다음 단어의 첫음절로 연음하여 표기하였는데, 이와 같이 두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권의 지명, 인명을 마치 한 단어인 것처럼, 앞단어의 마지막 자음을 다음 단어의 첫음절로 연음을 시켜 발음대로 표기한 사례가 있는지요? 있다면 그 사례를 조사하여 나열해 주시기 바랍니다.

2. San Antonio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ˌsænænˈtoʊni.oʊ/로 발음기호가 표기되는데, 롱맨 영어사전은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대동소이하리라 생각됩니다. 이 도시의 표기를 "새너제이"와 같이 발음대로 "새낸토니오"로 적지 않고 "샌안토니오"로 적은 이유는 무엇인지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최고의 국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립국어원으로서, 표기 원칙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해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9.03.
안녕하십니까?
영어를 한글로 적을 때 적용하는 원칙은, 원어의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 제2장 표 1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의 표기에 비추어 적는 것입니다.
San Jose와 San Antonio를 한글로 적을 때 기준이 되는 발음은 각각 [sӕnəzéi], [sӕn ӕntóuniòu]인데, 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고, 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끊어 읽는 것은 그에 따라 구별하여 적습니다.(다만, 외국 지명, 인명, 고유 명사에서 ‘Las, Los, New, San’ 등 국어의 접사처럼 생산적으로 결합하는 단위가 있는 것은 원어에서 띄어 썼더라도 붙여 쓰는 관용에 따라 적습니다.) 이에 따라 San Jose[sӕnəzéi]는 '새너제이'로 적고, San Antonio는, [sӕn ӕntóuniòu]로 발음되지만, 미국 텍사스 주 남부의 상공업 도시인 San Antonio는 관용적으로 [sӕn antóuniòu]로 발음됨을 고려하여, '샌안토니오'로 적습니다.

두 단어로 된 영어 지명 표기등록일2013.09.03.
작성자박정훈조회수38
답변 감사합니다만, 정작 제가 알고 싶었던 부분은 아직 답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질문합니다.

San Jose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고'라고 하셨는데, San Jose 외에 그렇게 '원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은' 사례를 실례로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적는다고 하면 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어를 띄어 쓰고 붙여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앞 음절의 마지막 자음을 다음 음절로 넘겨서 연음하여 적은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벌써 세번째 같은 질문인데, 그러한 사례가 San Jose 외에는 한 건도 없다면 없다고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알림] [답변 완료]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9.04.
안녕하십니까?
지난 질의에서는 표기 원칙을 물으셨고, 그리하여 그에 대해 답변한 바가 있습니다. 요청하신 바와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를 정해 놓은 용례집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실), San Jose[sӕnəzéi]와 같은 유형의 지명 표기 목록만 따로 모은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어문연구팀(02-2669-9715)에 확인을 한 후, 결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2차 답변은 아래에 이어서 적고, 답변 제목에 “답변 완료”라고 적어 놓겠습니다.
-----2013년 9월 11일 알림-----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9월 12일-----
두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권 인지명 중 '새너제이'와 같이 연음 표기한 사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San Jose의 발음등록일2013.09.03.
작성자박정훈조회수40
미국 캘리포니아주 San Jose의 발음이 San Jose[sӕnəzéi]라고 하시는데, 이전 글의 답변을 보면 롱맨영어사전을 따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확인해 본 온라인 롱맨 영어사전에는 미국 San Jose는 표제어에 없지만, 대신 코스타리카의 San José가 표제어에 올라와 있고 발음은 /ˌsæn hoʊˈzeɪ/로 되어 있습니다.

1. 국립국어원에서 사용하는 롱맨영어사전이 정확히 어떤 것이고 언제 편찬된 것인지요? 정확한 제목과 판본, 출간 연도, ISBN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 롱맨영어사전 외 국립국어원에서 영어 지명의 현지 발음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른 사전이나 자료가 있다면 모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알림][답변 완료]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9.04.
안녕하십니까?
외래어 표기법 담당 부서[어문연구팀(02-2669-9715)]에 문의하신 바를 전달하였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답변이 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차 답변은 아래에 이어서 적고, 답변 제목에 “답변 완료”라고 적어 놓겠습니다.

-----2013년 9월 11일 알림-----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9월 12일-----
1. '새너제이' 표기와 관련하여 참고한 롱맨 영어사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캐닝 이미지 첨부)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 2판(2000) 6쇄(2004)
ISBN: 0 582 36467 1
2. 롱맨 발음 사전 외에 참고하는 사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웹스터 인명사전 Merriam Webster's biographical dictionary 초판(1995)
ISBN: 0-87779-743-9
- 케임브리지 발음 사전 Cambridge Engligh Pronouncing Dictionary 16판(2003)
ISBN: 0 521 01713 0
- 웹스터 사전 www.m-w.com

외래어 표기 규정등록일2013.09.04.
작성자박정훈조회수71
지난 글의 답변 중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시 질문합니다.

"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고, 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끊어 읽는 것은 그에 따라 구별하여 적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런 규정을 외래어 표기 규정집에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되는 규정만 발견했습니다.

제4장 인명, 지명 표기의 원칙
제1항 외국의 인명, 지명의 표기는 제1장, 제2장, 제3장의 규정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 표기
제10항 복합어
1.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
2. 원어에서 띄어 쓴 말은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원어에서 띄어 쓴 지명은 "발음을 기준으로 이어서" 적는게 아니라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고,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서 쓸 수도 있습니다. San Jose를 "발음을 기준으로" 이어서 적어 새너제이로 적는 것은 명백하게 위 규정에 위배되는 표기로 보입니다.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는" 규칙이 어디에 명시되어 있는지, 그런 규칙이 언제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 또 위에 명시된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위배되는데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입장은 무엇인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알림][답변 완료]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9.06.
안녕하십니까?
지난 답변은 발음에 따라 적는다는 것, 즉 [sӕnəzéi]를 '새너제이'로 적었음을 설명한 것입니다. 다만, 앞서 질의하신 바들에 대하여 담당 부서(어문연구팀)에서 검토하고 있으므로, 검토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서 다시 답변하겠습니다.(2차 답변은 아래에 이어서 적고, 답변 제목에 ''답변 완료''라고 적어 놓겠습니다.)

-----2013년 9월 11일 알림-----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9월 12일-----
San Jose의 경우 87년 교과서 편수 자료에 실려 있는데 '새너제이'로 실려 있습니다. (이를 외심위 10차 회의에서 다시 논의했던 것입니다.)
San Jose는 사실 '산호세'로 많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산호세'는 영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 에스파냐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입니다.
그래서 영어 표기법에 맞게 영어 발음을 고려하여, 롱맨 사전에서 미국 대표 발음으로 제시하는 '새너제이'를 표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래어 표기 규정등록일2013.09.13.
작성자박정훈조회수117
San Jose를 새너제이로 표기하게 된 이력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유사한 사례가 새너제이 외에는 없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은 되지 않았기에 다시 질문합니다. 

1. 예전 질문에 대해 답변하신 내용 중 "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고, 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끊어 읽는 것은 그에 따라 구별하여 적습니다."라는 것이 외래어 표기 규정 어디에 있는 내용인지요? 외래어 표기 규정에 없다면 국립국어원 내규인가요? 시행세칙인가요? 아니면 근거는 없지만 그냥 관행인가요? 

2. San Jose를 한 단어인 것처럼 묶어서 발음대로(?) 표기한 '새너제이'라는 표기와, 그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신 위의 원칙(?)은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에 위배됩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공식적인 답변을 주시기 바랍니다. 외래어 표기 규정이 잘못된 것이면 언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알려주시고, '새너제이' 표기가 잘못된 것이면 역시 언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두가지 다 옳다면 어떻게 두가지가 다 옳을 수 있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표기도 표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원회인지요? http://www.korean.go.kr/09_new/guide/committee_01.jsp의 설명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외래어 표기법을 일반인들이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서 한글 표기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고, "「외래어 표기법」은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 세칙을 마련해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표기를 심의해야 할 경우"를 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기 위한 위원회이므로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결정은 내릴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새너제이'를 표준으로 정한 제10차 및 제108차 위원회의 결정은 원천 무효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알림][답변 완료]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09.16.
안녕하십니까? 
1. "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이어 읽는 것은 그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이어서 적고, 후자와 같이 원어의 발음에서 끊어 읽는 것은 그에 따라 구별하여 적습니다."라는 것은, 원어의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비추어 적는다는 기본적인 표기 기준과, 보기에 제시한 ‘외래어 표기법’ 영어 표기 세칙과 표준국어대사전 지침과 ‘Las, Los, New, San’ 등의 단위가 쓰인 표기 용례 등을 두루 검토하여 설명한 내용입니다. 
<보기> 
2. 원어에서 띄어 쓴 말은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 
Los Alamos[l?s æl?mous] 로스 앨러모스/로스앨러모스 
top class[t?pklæs] 톱 클래스/톱클래스 
(출처: ‘외래어 표기법’ 제3장 제1절) 

4. 고유 명사의 띄어쓰기 
16. 외국 지명, 인명, 고유 명사에서 ‘Las, Los, New, San’ 등 국어의 접사처럼 생산적으로 결합하는 단위가 있는 것은 원어에서 띄어 썼더라도 붙여 쓰고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다. 
예) 산마르코(San Marco)^대성당, 샌피드로 San Pedro, 뉴멕시코 New Mexico, 로스앨러모스 Los Alamos, 라스팔마스 Las Palmas, 라스카사스 Las Casas 
(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실,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지침 1’) 

2, 3. 담당 부서(언어정보팀)에서 검토하도록 전달하였습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9월 26일 알림----- 
답변이 늦어져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담당 부서에 답변이 오는 대로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10월 22일----- 
2. 비록 원어인 스페인어에서는 San과 Jose가 따로 설 수 있는 말이었다고 해도, 영어에서의 San Jose라는 지명은 하나의 단어인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San Jose’를,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새너제이’로 적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3.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에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표기법'을 넓게 해석하면 관용 표기도 표기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표기법'이라고 하면 자모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이른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심위는 협의의 표기법에 따른 표준 표기뿐만 아니라, 관용 표기를 심의하는 기구이기도 하므로, 관용 표기를 정하는 것을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답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등록일2013.10.22.
작성자박정훈조회수55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잊지 않고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 어렵네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운지요? 답변이 납득이 되지 않아 추가로 질문 드립니다. 

(제 원래 질문) 2. San Jose를 한 단어인 것처럼 묶어서 발음대로(?) 표기한 '새너제이'라는 표기와, 그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신 위의 원칙(?)은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에 위배됩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공식적인 답변을 주시기 바랍니다. 외래어 표기 규정이 잘못된 것이면 언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알려주시고, '새너제이' 표기가 잘못된 것이면 역시 언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두가지 다 옳다면 어떻게 두가지가 다 옳을 수 있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어원 답변) 2. 비록 원어인 스페인어에서는 San과 Jose가 따로 설 수 있는 말이었다고 해도, 영어에서의 San Jose라는 지명은 하나의 단어인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San Jose’를,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새너제이’로 적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추가 질문) 영어에서의 San Jose를 한 단어인 것처럼 붙여서 Sanjose로 표기한 사례가 있다면 모를까, 영어에서도 표기 자체를 San과 Jose로 띄어서 적는 것이 명확한데, "하나의 단어로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은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규정을 여기에 다시 옮겨 볼까요? 

제10항 복합어 
1.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 
2. 원어에서 띄어 쓴 말은 띄어 쓴 대로 한글 표기를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 

10항의 2에서는 "띄어 쓴대로 표기하되, 붙여 쓸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에 따르자면 관행적으로 Los, San 등은 한글로는 붙여 적지만 띄어 쓸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더우기, 10항의 1에서는 심지어 이미 원어에서도 붙여서 한단어처럼 쓰는 복합어조차,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설령 미국에서 Sanjose라고 붙여 쓰더라도, San과 Jose로 따로 설 수 있으므로 (각각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가 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San과 Jose의 발음을 별도로 적고 붙여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하나의 단어로 파악해 발음을 기준으로 '새너제이'라고 적는다"는 것은 이 규정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주장입니다. 정 그 주장이 맞다고 하려면 외래어 표기 규정을 그에 맞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물론 외래어 표기 규정을 그렇게 수정한다면 Los Angeles는 로샌젤레스로, San Antonio는 새난토니오로 적어도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 원래 질문) 3.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표기도 표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원회인지요? http://www.korean.go.kr/09_new/guide/committee_01.jsp의 설명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외래어 표기법을 일반인들이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서 한글 표기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고, "「외래어 표기법」은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 세칙을 마련해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표기를 심의해야 할 경우"를 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기 위한 위원회이므로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결정은 내릴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새너제이'를 표준으로 정한 제10차 및 제108차 위원회의 결정은 원천 무효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국어원 답변) 3.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에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표기법'을 넓게 해석하면 관용 표기도 표기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표기법'이라고 하면 자모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이른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심위는 협의의 표기법에 따른 표준 표기뿐만 아니라, 관용 표기를 심의하는 기구이기도 하므로, 관용 표기를 정하는 것을 표기 규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추가 질문) 1996년 당시 San Jose의 관용 표기는 '산호세'였습니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론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현지 교민이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표기는 여전히 '산호세'입니다. 이렇게 이미 굳어진 외래어를 무리해서까지 다른 표기로 바꿨다면 그에 대한 외래어 표기 규정 근거가 명확해야 할 것입니다. 근거도 원칙도 없이 '소리나는 대로' 적고, 관용 표기를 무시하면서 외심위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는 게 표준이라면 외래어 표기법은 왜 있습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건 핵심이 아니므로 이쯤 하겠습니다. 

원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제 질문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여전히 외래어 표기 규정 제3장 제1절 제10항에 위배되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명백히 미국에서 띄어서 쓰고 있는 지명을 "사실상 한 단어"라고 우기는 - 그래도 역시 규정에 위배되긴 마찬가지지만 -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한 답변 말고, 해당 규정이 생긴 배경과, 유사한 다른 사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통한, "국립"국어원의 이름에 걸맞는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답변 제목: 외래어 표기 [알림][답변 종결]
작성자온라인가나다답변일자2013.10.24.
안녕하십니까? 
문의하신 바를 담당 부서에서 검토하도록 전달하였습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11월 12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답변이 늦어지고 있는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2013년 11월 25일-----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번 논의를 거쳤습니다만, ‘새너제이’에 대한 답변은 지금까지 드렸던 답변 내용 이상으로 더 드릴 답변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점 이해해 주시기 바라고, 이것으로 '새너제이' 표기에 대한 답변을 종결하겠습니다.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San Jose가 '새너제이'로 - 국립국어원 외래어 심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앞선 글들을 못읽은 분들을 위해 먼저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 밸리의 중심 도시인 San Jose는 스페인어 지명으로, 스페인어식으로는 '산호세'로 읽지만, 영어식으로는 '샌호제(sænhoʊzeɪ)'로 읽습니다. 우리말로 표기한다면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 정도로 하면 적당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산호세'라고 읽고 쓰고 있으며, '산호세'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 표준은 San Jose를 '새너제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새너제이'는 현지 발음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엄연히 San과 Jose가 따로 떨어진 두 단어인데, 이를 연음해 표기함으로써 도대체 무슨 지명인지 '새너제이' 표기만 보고는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은 1996년 이후 17년간 교민들의 수정 건의를 묵살해 오다가, 지난 4월말에야 건의를 수용해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수정안을 논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새너제이'를 계속 쓰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4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회의록 중, San Jose 관련 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받은 것입니다.

------------------------------------------------------------------------
- 1 -
제108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심의안
(2013. 4. 24.)
[ 지 명 ] - 재심의
· 새너제이→샌호제이 San Jose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회의 10차
· 새너제이→샌호제이 샤크스 San Jose Sharks NHL(미국 프로 아이스하키 연맹)팀. -회의 44차
* 영어 발음: 롱맨영어발음사전
영국 대표 발음 /sænhoʊzeɪ/ ‘샌호제이’
가능 발음 /sænoʊzeɪ/ ‘새노제이’; /sænəzeɪ/ ‘새너제이’
미국 대표 발음 /sænəzeɪ/ ‘새너제이’
가능 발음 /sæn(h)oʊzeɪ/ ‘샌호제이’, ‘새노제이’ /sænəseɪ/ ‘새너세이’
웹스터지명사전 /sænhoʊzeɪ/ ‘샌호제이’
웹스터온라인사전 /sæn(h)oʊzeɪ/ ‘샌호제이’, ‘새노제이’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san%20jose)
* 영어 표기법을 적용하였습니다.
* 미국 지명 용례에서, 영어 발음상 j가 /h/로 발음되거나 발음되지 않는 에스파냐어 기원의
‘San J˗’ 철자의 지명이 이 외에 2건 더 있습니다. 사전에서 일관되게 j가 발음되지 않는다
고 밝히는 ‘San Joaquin 강’은 ‘샌와킨 강’으로 표기하며(표준국어대사전), 사전에서 일관되
게 j가 /h/로 발음되거나 발음되지 않는 두 가지 발음이 가능하다고 밝히는 ‘San Juan’은
‘샌환’으로 표기합니다. 현 안건 또한 사전에서 j와 관련하여 두 가지 발음이 가능하다고 밝
히므로 j(/h/)를 ‘ㅎ’으로 적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 외래어 표기 심의 지침의 표기 심의 기준에 따르면, 영어에서 동일 우선순위의 사전들에
서 복수 개의 발음 정보가 발견되면 규칙에 의해 타 발음들을 설명할 수 있는 발음에 표기
법을 적용합니다. /ə/는 /oʊ/의 약화로, 발음되는 않는 j는 /h/의 탈락으로 설명할 수 있으므
로, 이에 따르면 표기법을 적용할 기준 발음은 /sænhoʊzeɪ/ ‘샌호제이’가 됩니다.
* 회의 107차에 영어권 인명에서 원어에서는 단순모음인 외래 인명의 개음절 이중모음 /eɪ/ 을 ‘에’와 ‘에이’ 중 무엇으로 표기할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이를 ‘에이’로 표기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 2 -
제108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회의록
(2013. 4. 24.)
[ 지 명 ] - 재심의
· 새너제이→샌호제이 San Jose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회의 10차
· 새너제이→샌호제이 샤크스 San Jose Sharks NHL(미국 프로 아이스하키 연맹)팀. -회의 44차
※ 수정하지 않기로 결정
위원 1: ‘새너제이’ 결정 당시 사내의 관련 부서의 반발이 컸던 안건이다.
위원 2, 위원 3: 초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새너제이’로 정착되어 가는 단계인데, 이를 다른 표기로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1. 부실한 국립국어원의 발제
우선 롱맨영어사전이 어떤 권위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미국 대표발음이 '새너제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몰라도, 제가 살고 있는 San Jose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라디오에서 수십명의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생생하게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듣고 삽니다. 'ㅎ' 발음을 생략하거나 묵음 처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장 구글에서 "San Jose pronunciation"이라고 검색만 해 보아도, 검색 상위 10여개 모두 '샌호제' 혹은 '샌호제이'에 가깝게 발음한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국립국어원의 연구 조사가 매우 부실하고, 현지 발음을 직접 들어보려 하거나 광범위한 인터넷 검색을 하기보다는 몇개의 사전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큰 문제는 '새너제이'라는 표기가 가진 문제점을 전혀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발제 내용을 자세히 보면 /h/를 발음하거나 약화되어 묵음이 되는 두가지 경우가 있을 때 'ㅎ'으로 적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마치 '새너제이'도 가능한 표기, 심지어는 미국 대표발음인 것처럼 적어 '고치든 안 고치든 별 상관없는' 것처럼 발제를 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어지는 토론에서 "두가지 다 괜찮아 보이는데 뭘 굳이 또 고치냐. 그냥 놔두자."는 식으로 결정이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새너제이' 표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음해서는 안되는 독립된 두 단어를 연음해서 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발제에서 예로 든 '샌와킨 강'과 같이, 백번 양보해 /h/가 항상 묵음이 되어 'ㅎ'를 빼고자 한다면 '샌어제이' 혹은 '샌오제이'로 적어야 합니다. 이점 국립국어원에 건의한 질의서 및 이메일을 통해 충분히 강조했음에도, 국립국어원이 이점을 발제에 적시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부실한 위원회의 토의
비록 국립국어원의 발제가 부실하였다 해도, 명실공히 국가의 표준어 표기법을 결정하는 권위를 가진 위원회의 토론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져보려는 노력도 없고, 실제 발음이 어떠한지에 대한 본인들의 견해나 지식도 없고, 어떤 표기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토의도 없이, '다른 표기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 하나로 수정안이 부결되어 버렸습니다. 회의록에서 위원1이 실토했듯이, '새너제이' 결정 당시 사내 반발이 컸다는 것은 그만큼 이 표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잘못된 표기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것이 표준으로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것이지, 결코 그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 것입니다. 잘못된 표기를 표준으로 정해놓고 억지로 그걸 따르라고 하고, 제대로 된 표기로 고치자는 제안을 이런 식으로 묵살한다면, 도대체 이 위원회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저는 올 여름이면 San Jose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San Jose의 바른 표기를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 기자분들이나, 아는 기자분이 계시면, San Jose의 바른 표기법 정착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p.s. 대표 발음이 /sænhoʊzeɪ/에 가깝고 이를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최대한 맞게 적으면, 국립국어원 발제대로 '샌호제이'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eɪ/를 '에이'로 적는 것에 반대합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라스베거스'로, '샌디에이고'는 '샌디에고'로 적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샌호제이'가 아니라 '샌호제'로 적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별로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현행 표준인 다른 지명과의 일관성을 생각한다면 일단 '샌호제이'로 통일하는 것이 향후 논의를 위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Cross-platform 시대 - "모바일 OS전쟁은 끝났다" (Google I/O 2013 키노트 감상)

어제 Google I/O의 키노트 발표를 보신 분들은 다들 무언가 예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2일간에 걸쳐서 하던 키노트 발표를 하루에 몰아서 하는 식으로 바꾼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2010년부터 전통처럼 내려오던 새로운 Android platform 발표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Android 관련 발표의 핵심은 'Google Play Services'였다. 즉 Google의 주요 관심이 더이상 '새 버전의 Android'가 아니고, 'Android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어제 키노트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내게 있어 어제 키노트는 최근 Google이 지향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라고 보인다. 그리고 한 단어로 어제 키노트를 요약하자면, 'cross-platform'이다.

Google 서비스의 Cross-platform 지원


Google은 모바일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인터넷 보급율이나 Google Search 점유율이 떨어지는 국가에 Google Search를 보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략적으로 Android에 투자를 하고 키워 왔다. 특히 turn-by-turn navigation, Google Now 등 몇가지 새로운 서비스를 Android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Android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Android에 특혜를 주는 전략은 이미 바뀌고 있다. Google Maps와 turn-by-turn navigation은 Android뿐 아니라 iOS에서도 지원된다. Google Now 역시 iOS를 지원한다. 이러한 변화는 어제 새롭게 발표된 것이 아니며, 사실상 이미 시작된 것이다. 어제 키노트에서 발표한 Google Play game services, Hangouts, New Google Maps 등 모두 iOS를 동시에 지원한다고 선언했다. 또 Android와 iOS가 다가 아니다. 음성검색, 대화검색이 이제 웹에서도 가능하다. 결국 Google의 모든 서비스는 "플랫폼이나 OS에 상관없이 모든 기기에서 동일한 UX를 제공하며 완벽하게 동작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제 Android는 Google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퍼트리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자, 사용 가능한 platform 중의 하나라는 뜻이며, 더이상 Android를 특별대우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사실상 Google 외에도 성공적인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미 cross-platform을 지원하고 있다. iOS나 Android에서만 돌아가는, 그러면서도 성공적인 앱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앱들이 서버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클라우드에 두고, 앱에서는 서버와의 연동을 통해 각 OS에 맞는 UX를 제공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비스, 앱 개발자들에게 cross-platform이 중요한 화두이며, 관련 개발 툴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툴이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여러 platform을 지원하려면 노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회사마다 어느 한 OS에 중점을 두고 다른 OS는 부수적으로 지원하거나 기능에 제약이 있는 경우 등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Google 서비스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제 발표는 Google 서비스들도 향후 cross-platform에 보다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다. Play Store의 주요 발표 중 하나는 이제 Android 앱의 UX와 웹의 UX가 동일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Maps의 주요 방향 중 하나도 앱과 웹에서 동일한 UX를 제공하는 것이다. Hangouts은 처음부터 cross-platform을 기치로 내걸었다.

모바일 OS전쟁의 궁극적 승자


제목에 "모바일 OS전쟁은 끝났다"고 썼지만, 물론 모바일 OS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고,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Android와 iOS간의 경쟁 외에 3위 OS 위치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도 관심거리이다. 그러나, 이미 Android로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Google 입장에서는, 이번 키노트를 통해 이미 모바일 OS 전쟁의 종식을 선포한 것과 다름이 없다. 즉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질 리도 없고, 사실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는 것이 Google의 자신감이다.

향후 Tizen이나 Firefox OS 등이 성공하더라도, Google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두 OS 모두 HTML5를 기반으로한 web OS를 추구하고 있고, 이미 HTML5를 기반으로 웹상에서 완벽하게 동작하는 Google 서비스들은 다른 OS에서도 문제없이 동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 OS의 자체 브라우저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면, Google은 언제든 이러한 OS에 Chrome 브라우저를 얹을 수 있다.

Google이 아직은 콘텐츠 판매로는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Google이 콘텐츠 시장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Apple의 ecosystem은 Apple 기기들끼리만 서로 호환 가능한 콘텐츠, 서비스로 구성된다. Google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콘텐츠를 살 때 Apple의 닫힌 ecosystem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살 것인가, 모든 기기에서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Google이 장기적으로는 힘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Google이 Android를 포기한다는 것일까?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은 국가도 많고, Google 서비스들을 공급하기에 Android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도구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어떤 기기에서도 Google 서비스들이 완벽하게 지원됨으로서, 이러한 서비스들을 맛본 사용자들은 다음번 스마트폰을 고를 때 Android를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아이폰만 계속 써오던 사용자들이 Google Maps의 turn-by-turn navigation과 Google Now의 음성검색에 맛을 들이게 되면, 다음번 스마트폰 구입시에는 이러한 기능들이 좀더 편하게 결합되어 있는 Android 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될 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향후 몇년간은 Android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며, 새로운 기능들을 개발자들과 유저에게 제공하려 노력할 것이다. 특히 개발자들을 위한 API와 개발툴 개선에는 더욱 더 힘을 쏟을 것이다. 개발자들에게 있어 Android의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수많은 크기와 resolution의 스크린들을 지원하고 검증해야 하는 문제를, 이번에 발표한 개발툴인 Android Studio를 통해 크게 개선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Chrome, 특히 Android 용 Chrome의 중요성을 높여가며, 모든 Google 서비스들이 Android 뿐 아니라 웹에서도 잘 돌아가도록 개발할 것임도 확실해 보인다. 결국 궁극적으로 Google이 원하는 것은 'Android로의 천하통일'이 아니라, 'Google 서비스로의 천하통일'이기 때문이다.